예술은 사기인가?
예술가 백남준이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다. 속이고 속는 것이다. 사기 중에서도 고등사기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들어 예술이라는 것을 공부하면 할 수록 나는 점점 더 혼란에 빠지고 있다. ‘예술’ 이라는 말 자체를 규정짓기도 힘든 일인데, 예술이 사기라는 말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우선 나는 예술이 사기인 이유를 창조된 하나의 작품으로부터 시작해서 해석하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 책에서 처음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을 보고, 그 그림이 아주 유명하고 대단한 그림이라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한 선과 몇 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그 그림은 어떻게 보면 누구라도 손쉽게 그릴 수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몬드리안은 그 그림에서 ‘그림이란 비례와 균형 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고, 수평은 여성성이고 수직은 남성성이라며 그 둘의 조화를 주장했다. 비록 그의 그림뿐만 아니라 때때로 가느다란 철사 몇 개로 만들어진 작품이 그것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를 통해 그럴듯하게 느껴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하게 만든다. 마르셀 뒤샹은 소변기를 떼서 자신의 사인을 하고 전시하여 그것을 <샘>이라는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냈다. 나는 이런 면에서 예술이 사기라고 생각한다. 아주 특이한 소재에서부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것까지도 예술가가 의미를 담아내면 예술 작품이 된다. 그리고 대중들이 그 의미를 받아들이면 그 작품은 인정받고 가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이런 ‘사기’가 말 그대로의 의미처럼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일까? 아니다. 작가와 대중의 속고 속이는 행위는 오히려 우리 삶과 생각의 폭을 넓게 해준다. 그것이 예술의 존재의미이며, 그러한 행위가 계속 되어왔기에 예술이 지금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사기’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긍정적인 사기이며 대중들이 즐기는 사기이다. 그런데 내가 백남준씨의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기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 “예술이 사기라고? 나는 절대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어. 백남준이 예술은 사기다라고 말한 것이 뭔 소린지 모르진 않지만 일반인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거 아냐. 예술은 사기의 반대지. 한 치도 사기여서는 안 되는 게 예술이지.” 화가 박대성 씨의 말이었다. 예술작품이 지녀야 할 진실성을 의미하는 말 같았다.
사기이지만 사기가 아니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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